IPO시장 부진에도 스팩은 활황···역대 최다 합병·상장 '유력'

올해 합병상장 9개, 최대 22개까지 가능···신규상장도 최소 39개
2017년 21개 합병상장, 2015년 45개 신규상장 경신 '가시권'
IPO시장 불황 대체재 역할···증권사들도 스팩 상장 ‘공들이기’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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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은 불황이지만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SPAC)시장은 역대급 활황을 보이고 있다.

올해 스팩과 합병을 통해 증시에 입성하는 IPO기업 수와 국내 증권사들이 신규 상장하는 스팩 수 모두 기존 최다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관측되고 있다.

스팩시장 활황 배경으로는 역설적으로 IPO시장에 불어닥친 불황이 꼽힌다. 스팩은 직상장에 어려움을 겪는 IPO기업을 위한 대체재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증권사들도 IPO시장이 위축되자 대체재인 스팩에 공을 들이며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 스팩시장 뜨겁다···역대 최다 합병·상장 유력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스팩합병을 통해 상장이 가능한 기업 수는 최대 22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월 20일 하이크코리아가 IBKS제15호스팩과 합병을 통해 상장한 것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9개 기업이 스팩합병으로 증시에 입성했다.

13개 기업은 스팩과 합병 절차를 밟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들과 합병예정인 13개 스팩은 모두 올해 안에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 통상 스팩합병을 위한 청구서 제출부터 최종 상장까지는 최소 반년 이상이 소모되기에 13개 스팩 외에 올해 추가로 스팩합병이 이뤄질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13개 스팩이 모두 계획대로 올해 안에 상장한다면 올해는 역대 최다 스팩합병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스팩합병을 통한 상장이 가장 많았던 해는 2017년으로 당시 21개 기업이 스팩합병으로 증시에 입성했다. 2017년을 제외하면 스팩합병 상장이 본격화된 2015년부터 통상 한해 10여개 기업이 스팩과 합병으로 상장했고 최근 5년 동안을 살펴보면 2020년 17개 합병이 최다 기록이다.

스팩합병 상장뿐만 아니라 신규상장하는 스팩 수 역시 올해 연간 기록 경신 가능성이 높다.

역대 한해 최다 스팩상장이 이뤄졌던 해는 2015년으로 당시 45개 스팩이 증시에 상장했다. 최근 5년 동안은 통상 연간 20개 정도의 스팩이 상장했으며 2019년에는 30개 스팩이 상장했다.

올해는 1월 20일 상장한 디비금융스팩10호를 시작으로 이날까지 총 20개 스팩이 상장했다.

여기에 공모청약을 진행 중인 IBKS19호스팩과 신영스팩8호를 포함해 8개 스팩이 수요예측 일정까지 확정했다. 이외 5개 스팩은 이미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심사승인까지 받은 상태고 6개 스팩도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이미 제출한 상태다. 이를 정리하면 총 39개 스팩이 상장을 완료하거나 상장절차를 밟고 있다.

스팩 상장은 상장예비심사 청구부터 최종 상장까지 최소 두 달 정도 소모된다. 통상 스팩 상장은 연말에 집중되기에 올해 상장하는 스팩 수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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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PO 불황 대체재···신규 수익원 재조명

올해 스팩시장 활황 배경으로는 IPO시장에 불어닥친 불황이 꼽힌다.

직상장은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거쳐 최종 공모금액이 정해지기에 최근 같은 상황에서는 수요예측 과정에서 시장 반응에 따라 기대했던 공모자금을 모으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상장을 확정한 쏘카의 경우 당초 희망공모가범위(3만4000~4만5000원) 상단 기준 2048억원의 공모자금을 모을 계획이었지만 수요예측에서 공모가가 2만8000원으로 낮아지고 공모주식 수도 20%가량 축소되면서 결국 최종 공모금액이 101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반면 스팩은 공모자금이 상장 당시부터 정해져 있다. 이 때문에 최근 같은 IPO시장 불황에는 기업이 원하는 공모자금을 모을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한국거래소가 올해 2월 도입한 스팩소멸방식 합병 제도 역시 스팩시장 활황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기존까지는 합병과정에서 스팩이 존속법인이 되고 기업이 소멸법인이 되는 스팩존속방식 합병만 존재했는데 제도도입 이후 합병상장시 기업이 존속법인이 되고 스팩이 소멸하는 방식도 가능해졌다.

이전까지 기업이 스팩합병을 선택하면 신규법인에 인허가 및 라이선스, 기존 거래처와 계약 등을 새로 이전해야 하는 절차적 번거로움이 적지 않았다. 스팩소멸방식 상장이 도입된 이후 비스토스를 시작으로 최근 스팩소멸방식 상장을 선택하는 비율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스팩은 증권사 IPO본부 운용에 탄력도 제공하고 있다. 증권사는 스팩상장시 인수수수료의 절반을 선취하고 기업과 합병시 나머지 절반을 수취하기에 최근 같은 IPO시장 불황에서 스팩상장은 증권사 IPO본부 보릿고개를 해소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스팩 상장은 증권사 IPO 본부의 트레이닝 역할도 하고 있다. 남강욱 ACPC 부사장은 “스팩상장은 증권사 내 IB부서 주니어(저연차 직원)가 실무를 경험하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증권사들은 스팩에서 수요예측에서 1%의 청약수수료를 신설하며 추가 수익도 꾀하고 있다. KB증권이 케이비 케이비제21호스팩에서 수수료를 수취하기 시작했고 신한금융투자와 신영증권, 하나증권도 뒤이어 스팩 수수료를 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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